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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다녀온 프랑스 여행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시작해서 센강을 따라 모네가 작업한 마을을 따라갔다가 루아르계곡을 따라 내려와 프로방스 지방에 들어섰습니다. 장다혜님이 쓴 <프로방스에서, 느릿느릿>은 프로방스 지방을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책읽기였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은 것은 분명 프랑스를 여행하기 전이었을 듯한데, 독후감을 써두지 않은 것 같습니다. 새삼 독후감을 쓰는 이유입니다. 저자가 자필로 적어둔 글이 책장에 있습니다만, 제게 주신 것은 아닙니다. 요즈음 잘 나가는 가수들이 부른 노래의 노랫말을 쓰시기도 했다는 작가님은 현재 칸에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배낭을 매고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을 돌아다니다가 프로방스에 도착했을 때, ‘이곳이야 말로 살아볼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여행 내내 수도 없이 보았던 지중해가 유난히 찬란하게 보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단순한 여유로움 때문이었을까? 부자든 가난하든, 젊었던 늙었든, 하얗든 까맣든,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찬란한 햇빛과 해변, 그리고 이 특권을 매일 누리는 사람들의 여유로움이 느껴지더라는 것입니다. 팔자에 역마살이라도 끼어있는 듯, 칸에 살면서 프로방스 곳곳을 누볐던 모양입니다. 프로방스의 크고 작은 마을마다 가지고 있는 독특한 것들을 8개의 주제로 나누어놓았습니다. 프로방스에서는 시간도 느리게 간다는 의미를 책제목에 달았는데, 작은 제목들도 꽤나 재미있습니다. 같은 해변 다른 느낌, 알록달록 빈티지 시장 구경, 아틀리에서 쉬다, 오감만족 페스티벌, 취향따라 즐기는 프로방스 취미생활, 살아 숨 쉬는 역사 속으로, 동화 속 마을 천천히 걷기, 달콤 쌉싸래한 와인 투어, 등입니다. 주제에 따라서 몇 번 씩 등장하는 도시나 마을도 있습니다만, 등장하지 않은 마을이나 도시도 없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여행이란게 세상 구석구석을 샅샅이 돌아볼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심지어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동구 밖에도 나가보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주유천하를 했음직한 철학자 칸트 역시 태어나 살던 쾨니히스베르크를 100km이상 벗어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여행을 많이 한 분답게 여행에 관하여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적어두었습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많은 풍경들을 마주한다. 꼼꼼하게 이리저리 살펴보고, 그 조화의 의미를 읽어낼 때 비로소 느낌이 오는 심오한 풍경도 있고, 긴장을 풀어 미소 짓게 하는 정겹고 따뜻한 풍경도 있다. 또 한눈에 통하는, 말이 필요 없는 풍경도 있다.(22쪽)” 그런 느낌을 어떻게 적는가는 작가적 역량에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 그녀는 생라파엘 해변 풍경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해변 패션도 극명히 갈린다. 이곳 할머니들은 색깔도 디자인도 과감한 비키니 차림으로 나다니는데, 그 모습이 아주 자연스럽다. ‘처진 가슴도 자랑스러운 내 신체의 일부분일 뿐’이란 생각으로 어디서든지 과감하게 노출을 즐긴다.(39쪽)” 작가가 여행지에서 느낀 점을 적는 여행서가 주로 읽힌다는 이야기를 출판계 사람들로부터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행지에 관한 정보는 인터넷에 넘쳐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에 넘쳐나는 여행정보들 대부분은 두서가 없거나 현지 언어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찾아 정리하는데 한 세월이 걸린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입니다. 여행작가들이 여행서에 적어내는 그 느낌이라는 것이 대부분 주관적인 듯하면서도 천편일률적이다는 생각은 어쩌면 저만의 편견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프로방스에서, 느릿느릿>은 작가의 느낌을 자신만의 독특한 필치로 적고 있으며, 여행지에 대한 정보 역시 간단하면서도 핵심 위주로 정리하고 있어서 저에게도 많은 참고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많은 사진들도 프로방스의 여러 마을에 가보지 않아도 충분한 느낌을 얻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물론 작가님이 이 책에 정리한 곳을 모두 돌아보지는 못했습니다만, 프로방스에서의 일정이 아주 촘촘하게 짜여 있었기 때문에 적지 않은 도시와 마을에서 버스를 멈추고 잠시라도 돌아볼 수 있는 여행이었습니다.

여유롭게 걸으며 느긋하게 들여다보는 프로방스의 보물들! 복잡하고 북적이는 도시를 떠나 여유로운 여행을 즐기고픈 사람들을 위한 프로방스 여행 에세이. 여행 중에 마주친 프로방스의 매력에 흠뻑 빠져 5년 넘게 프로방스에 살고 있는 지은이가 프로방스의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을과 소소한 매력으로 꽉 찬 작은 도시들을 테마에 맞춰 소개한다.사시사철 푸르지만 늘 표정이 변하는 멋진 해변부터 고가구에서 생활소품까지 다양한 삶을 보여주는 빈티지 벼룩시장, 반 고흐에서 르누아르, 피카소 등 세기의 예술가들에게 담뿍 사랑 받은 마을과 그들의 흔적이 살아 숨 쉬는 아틀리에, 지역 특색이 한껏 살아 있는 축제에서 세계적인 영화제까지 풍요로운 페스티벌, 중세시대 샤토에서 음식과 와인을 함께 즐기는 와인투어에 이르기까지 프로방스의 매력이 테마별로 알차게 펼쳐진다. 늘 빠르고 바쁜 일상에 쫓기듯 사는 사람들에게 프로방스 여행이란 처방전은 지친 일상과 힘겨운 마음에 작지만 행복 가득한 활력소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책은 단순히 여행자가 떠난 여행서가 아니라, 그곳에서 사는 지은이의 체험을 통해 짧게 스쳐가는 여행자로서는 발견하기 힘든 프로방스의 아름다움을 세세하게 담아낸다. 그래서 작은 마을이더라도 개성과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면 놓치지 않고 꼼꼼히 둘러본다.

프롤로그 _ 일상의 여백을 채울 수 있는 곳, 프로방스
_프로방스 잠깐 소개

1. 같은 해변 다른 느낌
눈부신 우윳빛 절벽 _ 카시스
쉼표가 밀려드는 해변 _ 이에르
도도한 휴양지의 소소한 매력 _ 생트로페
세상의 모든 풍경 _ 생라파엘
* 국적 구분법
더없이 사랑스러운 해변 _ 칸
태양은 가득히 _ 앙티브
이브 클랭의 그랑 블루 _ 니스
_ 2층 기차 타고 해변을 구경해보자!

2. 알록달록 빈티지 시장 구경
앤티크 세상 속으로 _ 파이앙스
한겨울의 마르셰 드 노엘 _ 아비뇽
고물인가 보물인가! _ 칼라스
추억을 파는 벼룩시장 _ 칸
자연을 입은 도자기 시장 _ 투레트쉬르루
꽃시장에서 아침을 _ 니스
* 구시가에서 쇼핑을
_ 4계절 4색 시장 제대로 즐기기

3. 아틀리에에서, 쉬다
바람을 그리는 남자 _ 빈센트 반 고흐, 아를
풍차 방앗간에서 온 편지 _ 알퐁스 도데, 퐁비에유
애정 가득한 아틀리에 _ 폴 세잔, 엑상프로방스
다섯 얼굴의 사나이 _ 파블로 피카소, 앙티브
* 예술은 프로방스에서
작지만 소박한 아름다움 _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칸쉬르메르
단순하고 명쾌하게 _ 앙리 마티스, 시미에
시대를 앞서간 시인 _ 장 콕토, 망통
_ 3박 4일 예술 여행을 떠나보자!

4. 오감만족 페스티벌
페트라르카의 사랑의 독백 _ 아비뇽 연극제
스크린 속에 사는 사람들 _ 칸 국제영화제
노란 꽃송이에 묻히다 _ 만델리외라나풀 미모사 축제
도심을 누비는 양떼 _ 르 카네 추수감사절 축제
보랏빛 향기를 따라서 _ 디뉴래뱅 라벤더 축제
심심한 귀족들의 축제 _ 니스 카니발
145톤의 레몬에 포위되다 _ 망통 레몬 축제
* 에어컨의 실종
_ 봄 축제 vs 여름 축제

5. 취향따라 즐기는 프로방스 취미 생활
협곡에서 번지점프를 _ 고르주 뒤 베르동
낭만 산책 _ 에스트렐
군침 도는 겨울 쇼핑 _ 무쟁
*12월의 프로방스
알프스에서 스키를 _ 발베르
그윽한 향수의 매혹 _ 그라스
현란한 카레이싱 포뮬러원 _ 모나코
_ 취향 따라 즐기는 프로방스 취미 생활

6. 살아 숨 쉬는 역사 속으로
아우구스투스의 제국 _ 오랑주
궁전보다 화려한 교황청 _아비뇽
진한 커피 향의 시작 _ 마르세유
* 캠핑카와 노부부
나를 따르라! 나폴레옹 로드 _ 골프쥐앙
요새 건축가 보방을 찾아 _ 앙트르보
세기의 결혼식인가, 세기의 마케팅인가? _ 모나코
_ 기차 타고 역사 속으로

7. 동화 속 마을, 천천히 걷기
신의 선물 같은 마을 _ 라마튀엘
풍경의 퍼즐을 맞추면 _ 방돌
미식가의 마을 _ 무쟁
* 부대끼고 싶지 않아
낭만 가득한 철벽요새 _ 구르동
샤갈의 짝사랑 _ 생폴 드 방스
요트도 쉬어가는 곳 _ 빌프랑슈쉬르메르
_ 렌터카로 떠나는 동화 속 마을 여행

8. 달콤 쌉싸래한 와인투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_ 샤토뇌프뒤파프
*그 호텔은 별이 몇 개에요?
로제와인의 대명사 _ 방돌
샤토 다스트로와 마르셀의 여름 _ 비도방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_ 로그
백과사전을 들추는 마음으로 _ 레작
콜라병보다 유명한 와인병 _ 가생
_ 와인을 제대로 즐기는 세 가지 방법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