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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뉴스의 나라

wquva 2024. 1. 24. 12:23


매체 비평지 즉 매체에 대한 평가를 하는 매체인 미디어 오늘 의 조윤호 기자가 쓴 책이다. 올해 고등학교 2학년 언어와 매체 과목도 함께 담당하게 되면서 미리 읽으려고 사둔 책인데 다른 책들을 먼저 읽느라 미루고 미루다가 개학도 밀리고 밀리면서 수업 시작 전에 읽게 되었으니 다행이랄까.지난 주말에 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려고 자이글을 꺼냈는데 곧 난감한 상황에 부닥쳤다. 기름이 튈 테니 바닥에 신문지를 깔아야되는데, 집안으로 아무리 뒤져도 도통 신문지를 구할 수가 없었다. 다음날 저녁 비에 젖은 러닝화에 신문지를 넣어 말리려다 무릎을 탁 쳤다. 아. 어느새 종이신문하고는 이렇게 헤어졌구나. 뉴스 1면에서 신문사가 선정한 의제 를 보고, 3면에서 자세한 해설 기사를 보고 천천히 지면을 넘기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두루 살피던 그 시절은 이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아침 신문을 받아보거나, TV에서 매일 저녁 방영하는 9시 뉴스를 각잡고 보는 대신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잠깐 짬이 날 때 이미지(사진)와 제목 위주로 뉴스를 소비 한다. 이것은 뉴스의 가치에 따른 선택이라기보다 SNS, 유튜브, 예능프로그램, 모바일 게임과 같은 층위에서 기능하는 것이다.우리는 일반적으로 뉴스와 언론에 대해 사회의 부정을 감시하고 폭로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좀 더 살기 좋고 정의로운 곳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제목에서도 보듯 기업과 자본에 철저히 종속된 우리의 언론 환경은 정의라는 말을 곁에 두기조차 아까울 정도로 타락했다. 공중파와 신문사를 막론하고 주류 언론 외에도 수많은 군소 매체 뿐 아니라 인터넷 플랫폼을 이용하는 수많은 1인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뉴스를 주체적으로 소비해야 하는 소비자의 몫이 어느 때보다 더욱 중요하다. 비판적으로 매체에 접근하지 않으면, 이용당하고, 단물빨리기 십상이다. 문제는 그것을 인식조차 못할 때 더욱 심각하다. 그리하여 저자 조윤호 기자는 "의심하는 대중만이 미디어에 속지 않는다."고 외친다.기레기 니들이 원래부터 좋은 기사를 쓰면 되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으나, 기자도 생활인이라는 외면하기 힘든 변명 외에도 뉴스가 소비되는 방식이 진실을 더욱 가리는 방향이기 때문에 기자에게만 그 책임을 떠넘기는 건 변명의 여지가 있다는 정도로 받아들여주자. 인터넷을 지배하는 언론사의 수익 창출은 물론 대부분 기업의 광고에 의존하지만, 인터넷 상에서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클릭을 유도하고 그를 통해 트래픽이 증가하면서 광고 수익이 높아지는 형태다. 그래서 현장에 나가지 않고, 최소한의 취재도 하지 않고 남이 쓴 기사를 인용하거나, 단어만 몇 개 바꾼 형태의 기사 즉 어뷰징 기사를 쏟아낸다. 그 과정에서 최초 보도라든가 사건의 진상 혹은 진실에 가까운 보도는 저 아래로 밀려 내려가 찾을 수도 없게 된다.그러므로 독자가 스스로 뉴스를 비판적으로 보고 옥석을 가려내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이 책 <나쁜 뉴스의 나라>에서는 구체적인 보도 사례들을 중심으로 그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언론과 미디어가 자신이 보여 주고 싶은 것을 부각시키며 의제를 설정하고 프레임을 짠 것은 아닌지를 살펴보려면 갑자기 신조어가 등장한다거나 한꺼번에 특정 주제의 기사가 쏟아지지는 않았는지를 관찰하고 일단 의심을 날려야 한다. 세계를 선도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얼마든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N포세대, 수저계급론이라는 프레임 속에 젊은 세대를 가두며 그들을 스스로를 포기한 세대라고 규정지어버린 것처럼 말이다. 사회 계급과 부모의 부가 대물림되는 구조적인 모순을 가리고 그것을 젊은 세대 스스로의 탓으로 돌리기 위한 의도였음을 그래야 읽어낼 수 있다.기사를 읽을 때 사건의 원인과 결과, 그 사건을 둘러싼 콘텍스트를 함께 고려해야 함은 기본이다. 사실은 진실이 아니기 때문에 그 맥락에 대한 고려는 반드시 필요하다. 작년 말에 시내의 모 언론사(있는지 그때 처음 알았음)와 전화로 언성을 높인 적이 있다. 매년 전국 모든 학교에서는 그 학교에 대한 여러가지 사항을 정보공시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 공개하는 데 그 가운데 학교폭력 설문조사 결과 항목도 포함되어 있다. 거기에는 피해, 가해, 목격 응답수 항목이 있는데 이걸 단순히 합산해서 우리 학교가 원주 시내 전체에서 가장 학교폭력이 많은 학교라고 기술했다. 천 명이 넘는 특성화 고등학교와 남고를 제치고 말이다. 게다가 나는 몇 년째 학생부에서 그걸 직접 담당하고 처리하는 입장이라 기사 내용에 코웃음이 났다.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기사를 내리든지 내용을 바꿔달라고 했더니 니 그날 오후에 편집장이라는 사람이 격앙된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엄연히 홈페이지에 공개된 사실 을 가지고 썼는데 뭐가 문제냐는 것이었다. 나는중복 응답도 있을 수 있고, 우리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학교장 종결 처리를 한 사안들이며, 필요하면 개인 정보를 제외하고 인터뷰해 줄 수도 있다고,그것은 진실 이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듣지 않았다. 아니, 들을 생각이 없었다. 우리 학교에 자녀가 입학할 예정인 학부모들이 느낄 불안감,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선생님들의 불쾌감은 알 바 아니었다. 현장에서 취재한 것도, 당사자의 말을 들어본 것도 아니 들어준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그 매체야 좀 기분 나쁘겠지만, 듣보잡 인 매체라 보는 이들도 거의 없을테니 말을 듣게 만드느니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무척 불쾌했다. 그래서, 국어 교과에 <언어와 매체> 과목이 생긴 게 너무 반가웠다. 언론이 관성적으로, 타성적으로 써내리는 의미 없는 글들을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아이들에게 길러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이러한 콘텍스트(기사 전달을 둘러싼 맥락. 상황, 화자 또는 필자, 독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등이 있다.)를 가지고 장난치는 방법은 많다. 문제를 제기한 놈이 나쁜 놈이다. , 돈 더 받아내려고 수작 부리는 거지? , 다 똑같은 놈들이다. , 지들끼리 싸우는 걸 보니 뭔가 있구만? 이라고 물을 타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들은 책을 참조하길 바란다.이런 장난질에 속지 않으려면 반문해야 한다. "장인이 좌익이라던데 너도 좌익 아니냐?"고 물었던 상대에게 "그럼 아내를 버려야 하나?"고 반문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질문하는 대중만이 미디어에 속지 않는다. 또한 대안 언론의 모습도 살필 필요가 있다. 주류 언론 출신 기자들이 모였지만 그와 다른 논조를 띄는 뉴스타파, 페이스북 플랫폼을 이용한 큐레이팅 매체들, 각종 팟캐스트 등이 있다. 결국 불의를 물어뜯는 개를 길들이는 건 주인이다. 그리고 그 주인이 될 수 있는 건, 질문하는 우리들이다.
찌라시부터 대안 언론까지
조중동부터 JTBC 손석희 뉴스까지
포털과 SNS 시대에 다시 뉴스의 정의를 묻다

우리는 힘없고 백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삶을 다른 대중에게 비춰 줌으로써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밝히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 믿어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발생한 사건과 사고를 통해 대중이 경험한 것은 반성도 사과도 없는 나쁜 나라와 이를 비호하는 나쁜 권력, 그리고 나쁜 뉴스뿐이었다. 이 책 〈나쁜 뉴스의 나라〉는 그중에서도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나쁜 뉴스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저자 조윤호는 매체비평지에서 일하는 기자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언론계의 명암을 가감 없이 파헤친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언론의 고질적 병폐와 구조적 모순부터 신뢰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JTBC와 손석희 앵커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까지, 그의 관심사는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양 진영의 성역(聖域)을 넘나든다. 매체비평지 〈미디어오늘〉에 ‘뉴스 파파라치’라는 이름으로 사전 연재되며 언론인들의 깊은 관심을 받은 이유다.

저자는 지금이야말로 뉴스의 정의를 다시 생각할 때라고 말한다. 평범한 사람의 일상이 힘을 갖기 위해서는 언론이 감추고 있는 것들의 허상을 깨고, 그들이 의도하는 왜곡된 현실을 바로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네이버와 페이스북 앞에서는 조중동도 목소리를 낮추는 시대다. 뉴스의 가치를 바로 알고 자신이 보는 뉴스에서 그 가치를 발견하는 독자가 늘어난다면, 지금의 언론 불신이 오히려 뉴스를 다시 정의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이다.


Prologue_ 언론을 취재하는 언론사에서 기자를 취재하는 기자로 산다는 것

1부 기레기와 찌라시 전성시대 _음모는 불신을 먹고 자란다
사람들은 왜 뉴스 대신 찌라시와 음모론을 믿나
조선일보와 한겨레가 만든 두 명의 박근혜
기레기를 위한 변명: 낚시 기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미생과 송곳: 뉴스가 할 말, 드라마와 영화가 대신하다

2부 뉴스란 무엇인가 _뉴스가치를 알아야 뉴스가 보인다
뉴스가치 판단 기준: 대중은 어떤 사건에 분노하나
실전 예제: 우연한 인연은 뉴스가치가 있을까
뉴스가치도 조작된다: 신참 여경이 병아리가 된 사연
같은 뉴스 다른 판단: 논쟁 없는 뉴스룸은 위험하다

3부 나쁜 뉴스 가려내기, 초급편: 텍스트 읽기 _뉴스에도 안 나가는데 왜 카메라는 늘 집회 현장에 있을까?
뉴스를 읽는 두 가지 키워드: 의제설정과 프레임
뉴스 읽기의 기본: 원인과 결과, 그리고 전제 조건을 보라
보도하지 않는 힘: 그 많던 카메라는 다 어디로 갔을까?

4부 나쁜 뉴스 가려내기, 중급편: 콘텍스트 읽기 _사실과 진실은 다르다
행간 뒤에 감춰진 사실과 진실의 미묘한 차이
흙탕물 싸움의 승자는 누구인가: 편견을 먹고 자라는 나쁜 뉴스
질문의 가치: 빨갱이 프레임을 벗어나는 방법

5부 나쁜 뉴스 가려내기, 고급편: 언론산업 읽기 _지배 구조를 통해 바라본 뉴스의 민낯
기사 뒤에 누군가 있다: 기업이 연출하고 언론이 받아쓰는 막장 드라마
jtbc와 손석희 뉴스: 삼성의 자본으로 만드는 깨끗한 뉴스
기사 써 드립니다: 돈 받고 쓰는 기사형 광고의 진실
기사가 사라졌다: 성역을 건드린 기사의 운명
종편이 지지하는 정책 vs 지상파가 지지하는 정책

6부 뉴스의 미래, 짐승 뉴스 전성시대 _동물, 게임, 웹툰과 경쟁하는 뉴스의 시대
뉴스, 어디서 보니?: 포털에 지배당한 벗은 뉴스
이것도 뉴스일까?: 허핑턴포스트와 피키캐스트, 그리고 고양이 뉴스
신문불패新聞不敗: 아무도 안 보는 종이 신문이 절대 망하지 않는 이유
대안이 필요한 대안 언론: 혐오와 불신의 힘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Epilogue_ 현실을 반영하는 뉴스에서 현실을 바꾸는 뉴스로